오늘은 생각보다 자주 만나지만, 알듯 모를듯한 애매함만을 가진 단어들 중 하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알아볼 단어는 무저갱, 한자로는 無底坑로 표기하며 영문으로는 abyss로 표기하기도 하는 심연의 깊은 그곳입니다.
1. 무저갱이란?
무저갱의 의미는 주로 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 혹은 구덩이라는 의미입니다. 여러 종교에서 저승이나 지하세계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사후의 지옥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하는 이 단어는 한문으로는 無底坑 : 바닥이 없는 구덩이로 쓰이며 영문으로는 abyss로 표현되어 보통은 심연이라는 의미에 가깝게 설명됩니다. 언어와 언어사이를 오가며 약간의 의미차이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곳이란 의미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며 성경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2. 성경의 무저갱
성경에서 등장하는 무저갱은 마귀가 갇히는 곳이며,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로 표현됩니다. 그 외에도 성경에는 여러번에 반복해 무저갱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 [누가복음 8:31] 무저갱으로 들어가라 하지 마시기를 간구하더니
- [로마서 10:7] 혹은 누가 무저갱에 내려가겠느냐 하지 말라 하니 내려가겠느냐 함은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모셔 올리려는 것이라
- [요한계시록 9:1]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매 내가 보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진 별 하나가 있는데 그가 무저갱의 열쇠를 받았더라
- [요한계시록 9:2] 그가 무저갱을 여니 그 구멍에서 큰 화덕의 연기 같은 연기가 올라오매 해와 공기가 그 구멍의 연기로 말미암아 어두워지며
- [요한계시록 9:11] 그들에게 왕이 있으니 무저갱의 사자라 히브리어로는 그 이름이 아바돈이요 헬라어로는 그 이름이 아볼루온이더라
- [요한계시록 11:7] 그들이 그 증언을 마칠 때에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오는 짐승이 그들과 더불어 전쟁을 일으켜 그들을 이기고 그들을 죽일 터인즉
- [요한계시록 17:8] 네가 본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니 땅에 사는 자들로서 창세 이후로 그 이름이 생명책에 기록되지 못한 자들이 이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으나 장차 나올 짐승을 보고 놀랍게 여기리라
- [요한계시록 20:1] 또 내가 보매 천사가 무저갱의 열쇠와 큰 쇠사슬을 그의 손에 가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 [요한계시록 20:3] 무저갱에 던져 넣어 잠그고 그 위에 인봉하여 천 년이 차도록 다시는 만국을 미혹하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 후에는 반드시 잠깐 놓이리라
성경에서 언급되는 무저갱은 주로 죽은 후 가게 되는 저승과 같은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성경에서의 무저갱은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한 고통의 장소로 설명됩니다. 그들이 벌을 받는 장소로 묘사되며 이런 점 때문에 심연이라는 의미보다는 지옥이라는 의미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성경전체에서 무저갱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가 멸망 이후를 그린 요한계시록이라는 점도 이런 인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문화에서의 무저갱
하지만 문화의 영역으로 오게 되면 무저갱은 이렇게 무섭고 공포스러운 장소로 그려지는 제한된 이미지로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심연이라는 단어에 집중하여 인간의 내면안에 무겁게 가라앉은 자아나 어두운 면들을 상징하는 단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혹은 잠재의식이나 돌보지 않는 내면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성경의 무저갱보다는 훨씬 개인적이지만 그렇기에 훨씬 상징적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런 개인적인 의미의 확장이 단어의 대중성을 더 확대하는 측면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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