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주의에는 일정한 범위와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이 당연하고도 지극히 뻔한 말을 정의하는 용어가 존재합니다. 바로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는 용어입니다.
1.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무주의 맹시라는 단어는 언뜻 보아서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소 낯선 용어이지만 해당 단어들은 1초만 생각해서 읽어보면 그 의미는 매우 단순합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무주의'상태의 인간은 시야에 어떤 정보가 들어오더라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 용어의 정립은 1992년 미국의 아리엔 맥 박사와 어빈 록 박사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해당 현상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은 일명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하버드 대학의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샤브리스 박사가 시행했습니다. 실험은 매우 간단합니다. 검은색과 하얀색의 티쳐츠로 팀을 나누어 공을 주고받는 피실험자들에게 서로 공을 주고받으며 하얀 셔츠를 입는 사람들이 패스를 하는 횟수를 세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실험을 진행하는 동안 피실험자들은 이 공을 주고받는 행위에 집중하며 하얀 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패스 횟수를 열중하여 세고 있었는데 바로 이 시점에 피실험자들의 옆으로 고릴라 탈을 쓴 사람이 지나가도록 한 것입니다.
실험결과 고릴라탈은 굉장히 눈에 띄는 복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실험자들 중 46%정도만 고릴라 탈을 쓰고 지나가는 인물을 인지했을 뿐 대부분의 피실험자들은 고릴라탈을 쓴 사람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분리되지 않은 한 공간 안에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더라도 특정정보에 이미 집중한 상태라면 추가된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지장애가 아닌 매우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주의력의 한계로 인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2004년 이그노벨 상 수상
사실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는 굳이 하버드 대학교까지 가서 고릴라 탈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에서 셀 수 업이 많이 발생하며 관찰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책을 읽느라 어머니가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던지,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무엇가를 발견하고 쇼윈도를 살펴보다 일생을 잃어버리는 매우 일상적인 현상들이 모두 이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는 감각기관 중 시각에 집중하여 해당 용어를 정의했지만 실제 우리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 현상은 청각이 될 수도, 촉각이 될 수도 있으므로 해당 용어를 시각적 정보에만 한정하여 규정하기보단 상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은 정의이기도 합니다.
다만 생각해보면 매우 뻔한 현상과 사실을 굳이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진이라는 고급인력을 투자하여 고릴라탈을 써가며 증명해 냈다는 점에서 조금은 우습고 유쾌했다는 관점으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실제 이그노벨상의 시상식을 할 때에는 이그노벨 시상식의 마스코트인 스위티 푸가 등장해서 수상소감 그만하라며 Please stop, I'm bored! 를 외쳐댔는데 바로 뒤이어 고릴라가 나타나 스위티 푸를 납치 해 수상소감을 끝까지 다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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